훼리 훼리 씨월드훼리.


훼리 훼리 씨월드훼리.

grace 0 8,085 2010.10.10 23:23
코 속으로 스멀스멀 비린내가 스며드는 것이 고향의 향기가 가까왔음을 직감하게 하는 이 곳은 목포 국제 여객 터미널.
"이래 뵈도 국제적인 사람이야."라며 남편과 자녀들을 재촉하는데, 외갓집으로 향하는 걸음 걸음이 육지와 배를 이어주는 계단 같은 사다리를 건너고 있다. 내 어렸을 때, 그러니까 평생 처음으로 육지로 나가던 날. 배로 올라가는 그 사다리는 난간도 없어서 어린 꼬마의 심장을 방망이질 했었는데....
추석을 맞아 배 안은 제주도 사람들이 여기 저기 둘러 앉아서
"어디서 살암수과?", "잘 살았수과?"라는 제주도 사투리로 가득할 줄 알았다. 그런데 왠걸?
바비 인형 같은 금발 미인들과 텔레비젼 올림픽 중계에서 보았음직한 아프리카 사람들이 흥분된 목소리로 여기 저기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앗뿔싸! 글로벌 시대가 이 것이구나. 목포 국제 여객선 터미널의 뜻을 몸소 알 수 있었다.
눈치 빠른 내 동생은 영역을 확보하려고 가지고 온 돗자리를 어디에라도 펼쳐보려고 흔들어댔지만, 이미 대자로 누워있는 사람들의 배 위로 펼 수는 없었다. 다급한 마음에 뒤늦게 들어오는 우리들을 찌뿌린 얼굴로 맞이했지만 3등 객실을 쓰는 1등 국민답게 그냥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는 것으로 교양을 표현해야했다. 그래도 좋았다. 배는 천천히 가지만 고향이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흔들리는 배의 선율에 맞춰 이런 섬, 저런 섬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지만 내가 사랑하는 섬 제주도는 언제나 보일까? 그래 스타는 제일 나중이라잖아? 내 사랑 제주도는 섬 중에 왕, 그러니까 스타 섬인거야.
네 시간이 넘게 훼리 훼리 바닷 바람 따라 제주도로 흘러가던 씨월드 고속훼리는 드디어 스타 섬에 도착했다. 저 멀리 흰 굴뚝 같은 등대가 그 것을 미리 귀뜸해주었다. 두 손에 두 개가 넘는 가방들을 들고 사람들을 따라 나서서 계단 같은 사다리를 내려가는데, 부두 끝에 서 있는 큰 동생은 한복을 입고 손을 흔드는 것이 아닌가? 누나가 좋다는 것을 말로해도 되는데 옷으로 표현하는 큰 동생이 고맙기도 하지만 꼬마 신랑 같기도 해서 웃음이 나왔다.
그래 고향은 웃음인거야. 고향은 환영인거야. 대학 때 뭍으로 나간 이 후, 방학 마다 웃음으로 날 맞이해준 고향, 친정 아버지 여의고 멍든 가슴으로 찾았을 때도 웃음으로 맞이해준 고향. 그 고향은 이제 섬 여자에게 장가든 육지 남자도, 그 자녀들도, 게다가 머리 색깔 다른 외국인들마저도 환영해주었다. 내 고향 제주는 글로벌 고향이 되어서 외국 생활에 지친 나그네들에게도 안식을 주고 있다. 그러니 스타 섬이 분명하다.
훼리야 고맙다. 내 고향을 스타로 만들어 준 너는 야무진 메니저구나. 사람들을 이어주는 사다리구나. 이제는 목포와 제주 뿐만 아니라 글로벌 훼리답게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이탈리아 어디든 가렴. 훼리 훼리 바람 부는 어느 곳이든....
하얀 씨월드 고속 훼리에게 안녕을 고하며, 나와 가족들은 친정 엄마를 향한다. 따뜻한 밥상이 식을까 애태우실 엄마의 걱정을 덜어주어야 하니까.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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